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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 스테파노 할아버지 (김웅렬 신부) > 주보

소록도 스테파노 할아버지 (김웅렬 신부) > 주보

압구정1동 성당입니다.

소록도 스테파노 할아버지 (김웅렬 신부)

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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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506회 작성일 20-08-25 08:15

 

소록도 스테파노 할아버지(김웅렬 신부)
 
 
 
지금은 전국의 나병환자 마을이 많이 없어졌지만,
 
 
제일 유명한 곳이 소록도이죠?
 
 
저는 신학교 두 방학을 소록도에서 보냈어요.
 
 
큰 가방 하나를 들고 소록도의 비탈진 길을 오르는데,
 
 
처음에는 정말 개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가까이 가서 보니 팔다리가 하나도 없는 나병환자였어요.
 
 
배에 타이어 반으로 자른 것 대고 팔꿈치로 기어가고 있는 거였어요.
 
 
‘아저씨 어디 가세요?’ 하며 얼굴을 보니 더 흉칙했어요.
 
 
 
구멍만 뻥뻥! 코도 없어진 지가 오래 되었죠.
 
 
 
저 위에 성당 기도하러 가신대요. 목에는 묵주를 감고 계셨죠.
 
 
 
그래서 ‘아저씨, 실례가 안 된다면 제가 안아 드리면 안될까요?
 
 
전 신학생입니다.’
 
 
 
그랬더니, 아저씨가 오늘 천사를 만났다고 고마워하셨어요.
 
 
 
다른 사람은 5분이면 갈 거리를 이 분은 지렁이처럼 기어가니
 
 
3-40분이 걸렸죠.
 
 
 
게다가 비탈길에 눈이 오면 열심히 올라가다 배에 있는 타이어가
 
 
죽 미끄러지고...
 
 
 
그 분 성함이 스테파노셨어요.
 
 
산 중턱에 공소가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졌죠.
 
 
 
어느 날 저도 기도하러 그 공소를 들어가려는데,
 
 
공소 밖에서 스테파노 할아버지가 얼굴이 피투성이가 되어
 
 
기도하고 계시는 거예요.
 
 
 
‘할아버지, 왜 못 들어가셨어요?’
 
 
세상에, 문고리를 열 손이 있어야 문고리를 열죠.
 
 
다른 때 같으면 머리로 몇 번 문을 두드리면 안에서
 
 
문을 열어 주었대요.
 
 
 
그런데 그 날은 너무 추워서 기도하는 사람이 없었던 거죠.
 
 
 
그 닫힌 문을 머리로 열려고 하다 머리가 터져 얼어붙은 거예요.
 
 
 
그래서 밖에서 여기가 1처겠다, 2처겠다 하면서 혼자 배로 기면서
 
 
14처를 하고 계셨어요.
 
 
 
‘아이구, 아저씨 저랑 같이 해요.’
 
 정말 아기 몸뿐이 안 되는 아저씨를 품에 안고 함께 14처를 했지요.
 
 
 
나중에 제가 신부가 되고 어느 날 소록도에 계시는 수녀님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스테파노 할아버지 아시죠?’
 
 
‘네, 잘 알죠.’
 
 
‘지금 위독하신데 자꾸 신부님을 찾으시는데 오실 수 있으실까요?’
 
 
밤에 차를 몰아 소록도까지 갔어요.
 
 
 
 
‘할아버지 눈 떠보세요. 저 왔어요.
 
 
왜 빨리 천당 못가시고 힘들게 계세요. 이제 가셔도 되요.’
 
 
그랬더니 할아버지가 자그마한 목소리로 물어보고 싶으신 게 있대요.
 
 
 
‘신부님, 저는 평생 이 몸뚱아리 가지고 살았어요. 소록도 바위에서
 
 
 
자살도 5번이나 시도했는데 모진 목숨이라 하느님이 살려주셨지.
 
 
난 주님을 안 후 몸 성한 사람이 부럽지 않았어.’
 
 
 
그런데 부러운 것이 손가락 두 개만 있어서,
 
 
내 손으로 묵주 한 번 굴려보았으면!
 
 
 
그 분은 팔꿈치에 고무줄을 걸고 거기에 나무를 입으로 끼어,
 
 
땅바닥에 묵주를 펼쳐놓고 하나하나 집어가면서 기도하셨죠.
 
 
 
자기는 손가락 5개도 필요 없대요,
 
 
하나는 걸고 하나는 돌리는 손가락 2개만 있으면 족하대요.
 
 
 
그러면서 ‘신부님, 나 죽으면 청년시절처럼 부활시켜주실까요?
 
 
천국에서는 내 손가락으로 묵주기도 할 수 있을까요?
 
 
신부님 입을 통해 확인 받고 싶어 못 죽고 있어요.’
 
 
 
‘암, 그럼요, 깨끗한 몸으로 바꿔주실 거예요.’
 
 
 
언제가 그 분의 빛바랜 사진을 보았는데 정말 잘생기고 준수한
 
 
청년이었어요.
 
 
 
 
할아버지는 ‘그럼 안심하고 가겠습니다.’
 
 
마지막 강복을 받고 스테파노 할아버지는 제 품 안에서 아이가
 
 
잠자듯 숨을 거두셨죠.
 
 
 
 
일주일이 지났을까?
 
 
 
제가 꿈을 꾸는데 꽃밭 한 가운데 있었어요.
 
 
순간적으로 여기가 천국이구나 생각했죠.
 
 
 
별의별 꽃이 다 있었어요.
 
 
그런데 저 쪽에서 누가 막 소리를 지르면서 뛰어오는 거예요.
 
 
 
가까이 올수록 어디서 뵌 분인데?
 
 
다시 보니 그 흑백사진에 스테파노 할아버지의
 
 
젊었을 때 모습인거예요.
 
 
손가락마다 묵주를 칭칭 감고 나를 끌어안으면서
 
 
 
‘신부님, 손가락이 10개 생겼어요.’
 
 
 
여러분들 꿈에서 울어본 적이 있으세요?
 
 
 
그 양반을 끌어안고 ‘정말 성모님이 우리 아저씨에게
 
 
손가락을 10개나 주셨네!
 
 
이제는 아저씨 손가락으로 묵주기도 드릴 수 있겠네!‘
 
 
 
그분은 하느님을 체험하고 난 다음
 
 
숨이 끊어질 때까지
 
 
예수 그리스도라고 하는 그 별만을 바라보면서 한눈 팔지 않고,
 
 
비록 몸뚱이는 짐승 같고 배로 바닥을 기어 다니는
 
 
처참한 몰골이었지만, 그 분은 성인이셨어요.
 
 
제가 이 세상 살면서 존경하는 분 중 한 분이
 
 
바로 스테파노 할아버지예요.
 
 
 
나도 저분의 신앙 백분의 일이라도 닮자,
 
 
그러면 나도 성인 사제 될 수 있다
 
 
 
여러분들 묵주 알을 굴릴 수 있는 손이 없으십니까?
 
 
 
성당 문턱을 넘어 설 수 있는 발이 없으십니까?
 
 
 
 
얼마나 여러분들이 은총가운데 부자인지 모릅니다.
 
 
 
그 은총을 받고 올 1년 동안 여러분의 앞길을 인도하는
 
 
주님의 별이 나타날 거예요.
 
 
 
오로지 그 별만 보고 한눈 팔지 말고 끝까지 가세요.
 
 
 
동방 박사들은 온갖 고생 끝에 그리스도를 만납니다.
 
 
온갖 어려움과 괴로움을 딛고 일어서
 
 
용감히 신앙 생활을 해야 되는 것이 올 한해
 
 
우리 복 받은 자의 자세입니다.
 
 
 
여러분에게 주어진 십자가를 버리거나 남에게 주려 하지 마십시오.
 
 
십자가 자체는 절대 기쁘게 질 수가 없는 거예요
 
 
 
그래도 억지로 지는 십자가라 하더라도 주님은 기뻐하십니다.
 
 
 
우리는 십자가를 억지로 질 때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동네사람들은 효부, 천사 같은 며느리라 이야기 하지만
 
 
본인은 아니야.
 
 
 
 
‘하루에도 수십 번 우리 시어머니 빨리 죽으라고 기도했어요.
 
 
이 십자가 기쁘게 지는 십자가가 아니고, 억지로 지는 십자가예요.
 
 
그래서 늘 십자가를 바라볼 때마다 죄송했어요.
 
 
그런데 동네 분들은 그것도 모르고 칭찬만 하죠.’
 
 
우리들 대부분 십자가 기쁘게 못 집니다.
 
 
 
 
억지로 질 수밖에 없는 십자가라 하더라도 남한테 주지는 말아요.
 
 
 
억지로 지는 십자가라 하더라도 주님은 합당한 보상을 주실 거예요.
 
 
 
우리는 모두 나약한 인간들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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