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8일 주일(사순 제2주일)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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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8일 주일–사순 제2주일
(1독서:창세12,1-4ㄱ/2독서:2티모1,8ㄴ-10/복음:마태17,1-9)
찬미 예수님.
올해 사순 시기의 시작은 코로나19의 창궐로 인하여 한국 가톨릭 교회 창설 후
처음으로 신자들과 함께하는 미사가 중지되는 안타까움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미사를 중지하면서 교구장님께서 발표하신 담화문에서는 “너희는 가서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 제물이 아니라 자비다.’하신 말씀이 무슨 뜻인지 배워라.”라는
마태오 복음 9장의 말씀을 제시하셨습니다. 이는 내 자신의 이기심과 고통에서
벗어나 코로나19로 더욱 어려워진 이웃을 향해 시선을 돌려, 이들에게 연민을
가지고 자비와 사랑을 실제적으로 베풀 수 있는 신앙인의 몫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번 사순시기에 당분간 미사를 봉헌할 수는 없지만
우리의 기도와 희생으로 사순시기를 보내는 것 역시 신앙인의 몫이며,
나아가 이웃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사순시기를 보내며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지 생각해 봅니다.
그것은 예수님을 닮은 삶을 살다가 예수님처럼 고통과 죽음을 이겨내고 예수님처럼
부활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순 시기를 지내고 있는 우리는 지금, 예수님처럼
살아가기 위해서 예수님께서 걸으셨던 십자가의 길을 올바르게 따르고 있는지
기도와 묵상을 통해서 성찰해 보아야 합니다. 이런 성찰로써 주님께서 우리에게
비추어 주시는 빛을 확인하여 올바른 주님의 길을 찾아서 그 길을 걸을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세례로써 주님께로부터 구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죄의 유혹을
끊임없이 받고 있습니다. 또한, 현재의 코로나19의 공포도 우리를 죄의 유혹으로
연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죄의 유혹 속에서 사순 시기가 되면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무언가를 절제하고 살아가기를 마음먹습니다. 하지만 단지 사순 시기라는 이유만으로
잠시뿐인 절제로써 예수님의 길을 따르려고 하였는지 오늘 주님의 말씀들을 통해서
묵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러분들은 피정이나 기도를 하다보면 어떠한 느낌들이
드십니까? 피정 중에 말씀을 묵상하면서 산책을 하며 자연을 바라다보면 하느님의
창조사업에 대한 위대함도 깨달을 수 있고, 또한 기도 중에 주님께서 나와 혹은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것을 깨달은 적도 있으셨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피정이나
기도 때에 주님과 함께했던 좋았던 느낌들은 현실세계의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에
금세 잊혀져서 하느님을 원망하거나 외면하는 경우도 있으며, 또다시 특별함 속에서
주님을 찾기 위해 노력하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데리고
높은 산에 오르십니다. 산에 오르시어 거룩하게 변모하시는 예수님께서는 엘리야와
모세와 함께 대화를 나누십니다. 이 모습을 보고 있던 제자들은 부활의 영광스러운
예수님의 모습을 미리 보면서, 그곳에만 머무르려고만 합니다. 그것은 현실 세계를
외면하는 자세입니다. 오늘의 제1독서에서 아브라함은 주님의 부르심을 받고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께서 이르신 대로 길을 따랐습니다. 이때 아브라함은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께서 해 주신 말씀에 믿음을 가지고 길을 떠나게 됩니다. 분명한 것은
그의 삶은 분명히 순탄치는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그것은 현실 세계의 어떠한
상황에서도 주님께 의지하고, 그분의 고통에 동참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제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우리들이 삶속에서의 희로애락을 주님께 대한
믿음으로 이겨내고, 주님께서 구원하시고 거룩히 살게 하신다는 것을 깨닫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느끼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느님의 아드님마저 우리에게
보내주셨음을 상기시켜 줍니다. 예수님의 변모, 즉 부활을 미리 보았던 제자들이
그곳에 머무르고 싶었던 것은 어쩌면 힘든 세상에서의 삶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주님의 영광을 체험하였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우리도 제자들처럼 주님을 특별함
속에서 찾으려고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특별함 속에서 찾았던 주님의 모습에
머무르고 싶지만, 현실 세계로 돌아오면 또다시 주님은 우리 마음속에서 멀어지고
맙니다. 특별함 속에서 뵙게 되는 주님도 좋지만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매일 거행되는 미사 안에서 예수님의 수난과 부활을 체험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미사 시간에 체험하는 주님의 밝은 빛을 따라가기만 한다면 예수 그리스도의 길을
걸을 수 있다는 믿음과 확신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은 질병
확산 방지를 위해 신자들과 함께 하는 미사가 거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 즉 우리가 희망이 발견되지 않다고 생각했던 일상은 코로나19로 인해
정상적으로 영위할 수 없게 되면서, 이제는 일상이 우리에게 기쁨이며 희망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소중한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의 창궐은 우리에게 공포를
미사와 일상의 소중함을 지금의 특별한 시기에만 국한하지 않고, 끊임없이 영위하도록
다짐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미사는 늘 새로움이며, 이 새로움으로 우리는
끊임없는 기쁨과 희망을 누려야 하는 그리스도인이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우리는
주님을 만났던 그 모든 체험들을 기억함으로써, 현실 속에서 지금과 같은 어떠한
시련이 오더라도 외면하기보다는 이 세상을 주님의 뜻에 맞도록 변화시켜 나아가야
합니다. 코로나19로 일상마저도 멈춰버린 이 시기에 예수님의 수난과 고통을 우리도
함께 묵상하며, 성찰과 회개를 통해 우리가 누려야 할 기쁨과 희망을 조만간 다가올
공동체가 함께 하는 미사 안에서 다 함께 누리시기를 간절히 기도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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